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음악이야기

Schubert, Der Erlkonig D.328 슈베르트, 마왕

 

Schubert, Der Erlkonig D.328 슈베르트, 마왕

덴마크의 설화로 전해지는 마왕 이야기는 실제로 독립된 텍스트로 창작되지는 않았다.

괴테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독일의 문학가 헤르더(Johann Gottfried von Herder, 1744~1803)가 덴마크의 설화를 번역한 마왕의 딸 Erlkönig Töchte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괴테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시는 1782년 발라드 오페라인 어부의 부인(Die Fischerin)의 일부로도 사용되었는데, 극중 등장인물인 도르첸이 떠나간 아버지와 신랑을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로 오페라에 등장한다.

당시에는 오페라의 도입을 알리는 작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처럼 독립적인 가곡 형태로는 연주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괴테의 시 ‘마왕’은 괴셴(Göshen)출판사에서 8권으로 이루어진 괴테의 공식적인 첫 작품집으로 출판되었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를 가지고 가곡을 작곡할 당시의 일화는 슈베르트의 절친한 친구였던 요제프 폰 슈파운(Joseph von Spaun)의 서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1815년 12월의 어느 오후에 당시 힘멜포르트그룬트에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슈베르트를 방문했다.

그는 괴테의 시 마왕을 흥분 상태에서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책을 한 손에 들고 몇 번이고 방안을 서성거렸고, 그 후에 급히 의자에 앉아 무서운 속도로 이 곡을 오선지에 써내려갔다.”

Wer reitet so spät durch Nacht und Wind?

어두운 늦은 밤 바람을 가르며 말타는 이 누구인가?

Es ist der Vater mit seinem Kind;

그는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다.

Er hat den Knaben wohl in dem Arm,

아비는 팔을 한껏 감아 아이를 안고 간다.

Er faßt ihn sicher, er hält ihn warm.

안전하고 포근하게 안고 말을 달린다.

Mein Sohn, was birgst du so bang dein Gesicht?

나의아들아, 왜 그렇게 무서워하며 얼굴을 가리느냐?

Siehst, Vater, du den Erlkönig nicht?

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Den Erlenkönig mit Kron und Schweif?

망토를 두르고 왕관을 쓴 마왕이요.

Mein Sohn, es ist ein Nebelstreif.

아들아, 그건 그저 엷게 퍼져있는 안개란다.

Du liebes Kind, komm, geh mit mir!

[마왕] 사랑스런 아이야, 나와 함께 가자!

Gar schöne Spiele spiel ich mit dir;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꾸나,

[Manch bunte Blumen sind an dem Strand]

모래사장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피어있고,

Meine Mutter hat manch gülden Gewand.

우리 어머니는 황금 옷도 많이 있단다.

Mein Vater, mein Vater, und hörest du nicht,

아버지, 나의 아버지,

Was Erlenkönig mir leise verspricht?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내게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Sei ruhig, bleibe ruhig, mein Kind:

진정하거라, 아가야. 걱정 말아라.

In dürren Blättern säuselt der Wind.

단지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란다

Willst, feiner Knabe, du mit mir gehn?

[마왕] 함께 가지 않겠느냐, 귀여운 아가?

Meine Töchter sollen dich warten schön;

마왕 내 딸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Meine Töchter führen den nächtlichen Reihn

내 딸들이 너와 함께 밤의 춤을 출 것이야,

Und wiegen und tanzen und singen dich ein.

잠들 때까지 노래하고 춤을 출 것이란다.

Mein Vater, mein Vater, und siehst du nicht dort - 아버지,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Erlkönigs Töchter am düstern Ort?

저 음침한 곳에 있는 마왕의 딸들이요.

Mein Sohn, mein Sohn, ich seh es genau:

아가, 아가, 아무것도 아니란다.

Es scheinen die alten Weiden so grau.

잿빛 바래버린 늙은 버드나무 가지일 뿐이란다.

Ich liebe dich, mich reizt deine schöne Gestalt;

네가 정말 좋구나, 사랑스러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Und bist du nicht willig, so brauch ich Gewalt.

만약 오기 싫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야겠다!

Mein Vater, mein Vater, jetzt faßt er mich an! 아버지, 오 아버지, 저를 끌고가려 해요!

Erlkönig hat mir ein Leids getan!

마왕이 제게 상처를 입히고 있어요!

Dem Vater grauset's, er reitet geschwind,

아버지는 공포에 질려 말을 더 빨리 몰아댄다.

Er hält in Armen das ächzende Kind,

신음하는 아이를 팔에 안고서,

Er reicht den Hof mit Müh' und Not:

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

In seinen Armen das Kind war tot.

사랑하는 아들은 이미 품 속에서 죽어 있었다.

이 시에서는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아이, 그리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아버지, 그리고 병든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끊임없이 유혹하는 마왕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들이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가곡의 형식을 도입했는데 특히 마왕에서는 통절형식(몇 절로 된 가사이든 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가락으로 노래하도록 만든 작곡 형식)과 대화체를 사용하여 텍스트에 등장하는 극적인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노래의 첫 부분에서는 해설자에 의해 전반적인 상황이 담담하게 설명되며 이후에 나타날 파국이 표면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공포에 떠는 아이, 아이를 달래는 아버지의 위로와 절규, 처음에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다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모해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마왕의 음울한 모습이 전체 텍스트의 큰 축을 이루게 된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모든 상황이 끝나게 된다.

이 곡은 한 명의 가수가 목소리를 바꾸어 세 인물의 판이한 성격과 상황을 묘사하는 작은 음악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해석에 있어서 상당히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슈베르트는 가수에게 필요한 연기력 이외에도 이 작품의 생생한 내러티브 전달을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서주의 반주부에서 등장하는 셋잇단음표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상징한다.

위로와 힘을 실어주는 아버지의 음성에서는 저음을, 공포에 질린 아들의 떨리는 음성에서는 고음을 사용한 것이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하고 있으며, 음악적 상황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마왕의 음성이 나타나는 부분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처리함으로써 마왕이 환상 속에서 아이를 점차적으로 지배해 가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최초 이 작품의 공개적인 초연은 1821년 1월 25일 빈의 악우협회에서 이루어졌다.

출판은 작곡이 완성된 후 6년 뒤인 1821년 4월 2일 빈의 카피 운트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