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er Borodin, String Quartet No. 2 in D major 보로딘, 현악 4중주 제2번 D장조
과학, 수학, 음악의 단단한 연결고리는 과학적으로 엄밀히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우, 음악은 온종일 상대성 이론과 씨름한 뒤 누리는 단순한 여유가 아니었다.
음악은 아인슈타인 사고의 중심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두 번째 부인 엘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 악은 남편의 이론적 사유를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구하러 갔다 돌아와 서는, 피아노에서 화음 몇 개를 치고 뭔가를 메모한 다음 다시 서재로 돌 아가곤 했죠. 아인슈타인은 자기가 과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음악을 통해 상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관점으로 제 삶을 보고 있는 것이죠. 인생의 기쁨은 음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음악과 과학이 상호 보완적이라고해도 두 분야 모두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일한 예외가 바로 알렉 산드르 보로딘이다.
그는 교향곡과 오페라를 작곡했고, 《중앙아시아의 초 원에서〉 같은 장대한 오케스트라의 벽화를 채워 넣었다.
또한 '녹턴' 같이 위대한 아름다움을 갖춘 실내악 음악도 작곡했다.
한편 보로딘은 화학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1862년 그는 염화벤조일에 있어서 불소에 의해 이루어지는 염소의 친핵성 치환 반응을 발견했고, 이 과정은 이후 소련에서 '보로딘 반응'이라고 명명되었다.
또한 그는 여성 인권의 열렬한 옹호자다.
보로딘은 러시아에서 여성도 똑같이 교육 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여성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참으로 멋진 사람이다.
그의 현악 4중주 2번은 분명 아름다운 주제로 가득하지만, 단순히 선율이 아름다운 곡 이상의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느린 악장에 여름밤의 분위기를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아함과 환희에 찬 자연스러움이 기적 같은 솜씨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이 가장 인기 있는 현악 4중주곡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도 당연하다.
구소련의 가장 위대한 실내악 앙상블인 보로딘 4중 주단은 이 곡을 여러 차례 녹음했다.
그러나 1962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이 앨범만큼 특별한 것은 없다.
보로딘은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현악 4중주곡 2번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를 할 때 곡의 부드러움과 감각적인 기쁨과 함께 아내를 향한 남편의 진심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로딘 4중주단은 다른 연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면에도 신경을 썼다.
마치 이들은 마지막의 환희에 찬 종결부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자들과 같다.
민속 음악을 사용한 피날레의 주제는 안개 자욱한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데, 보로딘 4중 주단은 이 부분을 무척 섬세하게 표현했다.
다른 연주단들은 이 부분을 너무 강렬하게 표현하거나 ‘심오한’ 뭔가를 끄집어내려는 시도가 강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모노로 녹음된 음질은 지금의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곡의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