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야기

Brahms, Cello Sonata No.1 in E minor Op. 38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withyouclassic 2024. 11. 20. 17:35

Brahms, Cello Sonata No.1 in E minor Op. 38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브람스는 센티멘털의 극한을 달렸던 작곡가다.
열렬히 사랑하고 갈구했으면서도 그 어느 것 하나 가슴에 안을 수 없었던 브람스는 고독했다.
때문에 삶의 고뇌와 고독에 사무쳤던 그가 남긴 작품들은 남자의 고독이라는 정서가 물씬 깃들어 있어 묵직함이 전체를 지배한다.
비록 치열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점층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느리디 느린 선율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이의 느낌을 맛보게 한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움 뒤에 그토록 처참한 고독이 존재한다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항상 고독을 토로했던 브람스.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함에 있어 우수에 젖은 듯 풍부한 저음 음색인 첼로는 그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악기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특유의 비감 어린 선율을 선보이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은 그의 고독을 만나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은 역설적이게도 들을수록 아련하고 그리워져 고독을 달래기 그만이다.
이는 각 악장이 모두 단조로 이루어진 데서 기인하다.

첼로가 고음역으로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언제나 피아노보다 낮은 성부에 있으면서 내면에서 끌어 올려지는 듯 깊숙한 소리를 내고 있다.
동시에 서정적이면서 청량한 피아노 선율이 첼로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경쾌하게 이끌면서 첼로 특유의 낭만적인 정서를 더욱 부각시키며 첼로와 피아노의 이중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남성적인 감정을 물씬 내뿜는다.

음악은 듣는 이가 비극적일 때 가장 아름답다.
비극은 곁에서 단호함과 침묵으로 말없이 위로해 주는 음악으로 치유된 후 아름다운 모습으로 온전히 남아 아로새겨 진다.
흔히 슬프고 애달픈 일을 당해 불행한 경우를 두고 비극이라고 정의한다.

음악이 말하는 비극이 얼마나 크고 감동적인지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같은 차분하면서도 고통스런 작품을 들어보면 실감케 된다.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고독해져 거대한 아픔이 파고드는 듯 애잔하고도 준엄한 비극적 아름다움를 느끼게 되는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번.

투명한 탄식 속에 슬픔을 덜어주는 더욱 깊은 비극이 있어 듣는 이를 절로 심연으로 이끈다.
여유롭고 깊은 호흡을 만들어내는 첼리스트 가브리엘 리프킨트의 선율로 감상해보자.

1악장 Allegro non troppo E단조
기악적으로 만들어진 주제는 첼로에 의해 제시된다. 청년기의 브람스 특유의 텁텁한 서정이 가득하며 대위법과 카논을 도입한 튼튼한 구성이 차가운 맛을 더한다.
첼로의 남성적인 무거운 음악에 브람스가 지닌 특유의 우수가 가미되고 피아노는 침울한 감정을 떨쳐 버리듯이 높낮음의 묘한 정취를 발휘한다.

2악장 Allegretto quasi menuetto A단조
어둡고 구슬픈 미뉴엣이다.
그러나 그지없이 아름답다 중간부에서는 첼로가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우수는 완전히 떨쳐 버려지지 않고 첼로는 무거운 기분을 계속하며 이끌어 주려고 하는 피아노를 제압한다.

3악장 Allegro E단조
곡은 세 악장이 모두 단조이어서 마지막 악장에서도 밝은 기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울적한 기분은 여기서 노도처럼 세차게 흐른다.
초조와 격앙의 클라이맥스에서 급전하며 조용해져서 누그러진 정취가 떠오르고, 화려한 코다로 급진한다. 북독일의 겨울 풍경 같은 황량감이 첼로와 피아노의 교묘한 앙상블로 쓸쓸하게 그려지다 끝맺는다.